저희 아버지랑 비슷하네요.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만, 저희 아버지도 주변 사람들에겐 좋은 형, 좋은 친구였지만 저희 가족에겐 뭐... 이제와선 별로 나쁜 말은 하고 싶지 않네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혼을 할만한 상황까지 가정을 망가뜨린 것 부터가 자식 생각을 전혀 안한 겁니다. 저는 기억도 안날 정도로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기 때문에 제가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고, 오히려 아빠가 있는 친구들을 신기하게 생각했어요.
당연히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아버지에 대한 애증때문인지 지금도 성인 남성, 특히 아저씨들에게 이유 없이 예민하게 굴 때가 많습니다. 이혼이라는 게 자식의 인생을 얼마나 비틀어버릴 수 있는지 생각한다면, 이혼의 유책사유가 있는 사람은 자식에게 그 순간 죄를 지은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께 진지하게 말씀드려 보세요. 물론 갑자기 질문자님이 아버지와 멀어지면 아버지는 어머니한테 쪼아댈테고, 어머니는 또 스트레스를 받으시겠죠. 하지만 부모는 자식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그것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걸 감내하시죠. 질문자님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길을 걸어서 어머니께서 받은 상처와 스트레스를 모두 씻어 드리면 됩니다. 질문자님이 제대로 성장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어머니께는 최고의 보상이 될테니까요. 흔들리실 필요도 없고, 어머니를 너무 걱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는 생활비라도 보태려고 일찍 사회에 뛰어들었고, 어머니에 대한 부채의식때문에 저 자신의 행복을 너무 뒷전으로 미루고 살았어요.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지 못했어요. 전체적으로 불행한 삶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제가 꿈꾸던 그런 행복한 인생도 아닌 셈이죠. 한 번은 어머니와 얘기를 나누는데 어머니께서 건방지게 자식이 엄마 걱정을 하냐며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순간 늦게나마 뭔가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항상 자신의 행복을 우선하라고, 부모님은 그걸 원하신다고 말해줍니다. 질문자님도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가 부담스러우면 그냥 멀리하세요. 어머니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고, 아버지의 영향을 받기 싫다고 말씀드리세요. 아버지 더는 만나기도 싫고 아무리 내 아버지라지만 분명 아버지는 앞으로 내 인생을 방해할 거라고 명확히 말씀드려요. 어머니께서도 질문자님이 성장한 후에도 아버지랑 계속 만나면 질문자님한테 어떤 방식으로든 피해가 올 거라는걸 아실 겁니다.
제가 남의 가정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질문자님이 아버지가 싫다면 적어도 질문자님한테는 그게 옳은 마음일 겁니다. 어머니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대책을 마련해 보세요. 혼자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일은 아닐테니까요.